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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일본 영화 [내부링크]

범인은... 마침내 깨달은 거예요. 자신이 그저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빈 곳을 혼자서 모두 채울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무너졌을 거예요. 출처 네이버 우행록(愚行錄) 어리석은 자의 기록(Traces of Sin) 장르 드라마 국가 일본 / 러닝타임 120분 개봉 2019년 원작 누쿠이 도쿠로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다나카 역), 미츠시마 히카리(미츠코 역), 코이데 케이스케(타코우 역), 마츠모토 와카나(나츠하라 역), 우스다 아사미(미야무라 역), 이치카와 유이(메구미 역), 나카무라 토모야(오가타 역) 등 출처 네이버 '주간 테라스'의 기자인 '다나카'는 1년 전에 발생한 아직 미해결 사건인 '타코우 일가족 살인사건'을 다시 취재한다. 타코우 사건은 남편과 부인과 딸을 칼로 무참히 찔러 죽인 사건이다. 다나카의 동생인 '미츠코'는 3살 난 자식을 학대했다는 죄명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펜은 칼보다 강하다 녹터널 애니멀스(NOCTURNAL ANIMALS) 넷플릭스 영화 [내부링크]

수잔 - 곱게 들리진 않겠지만 본인 말고 다른 것에 관해 써 보는 게 좋겠어. 에드워드 - 아무도 본인 이외의 것은 못 써. 중략 에드워드 - 넌 날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수잔 - 에드워드,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에드워드- 그래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 하지만 그런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하고 있어. 수잔 - 그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어. 난 현실주의자야. 서점에서 일하면서 소설 쓰는 게 네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야? 듣기엔 로맨틱하지. 하지만 이게 다야? 이게 네가 원하는... 에드워드 - 너희 엄마처럼 말하네. 수잔 - 넌 항상 날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고 말했었지. 내가 네 소설을 읽고 싶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네가 항상 방어적이기 때문이야. 에드워드 - 그래, 난 방어적이야! 가장 창의적으로 자신을 드러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그걸 모르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수잔 - 그래, 난 창의적이지 못해서 몰라. 에드워드 - 네가 그 편을 선택했으니까. 싸우기 싫어. 난 정말 피곤해. 밤

웹툰 죽음에 관하여 시니글 혀노그림 / 쌍갑포차 배혜수 글 그림 [내부링크]

jplenio, 출처 Pixabay 죽음에 관하여 스페셜 에디션 3 저자 시니 출판 영컴 발매 2018.09.05. 나는 오래된 책의 종이 냄새를 좋아하지만, 기계치라 컴퓨터를 잘 못 다루지만, 종이로 된 만화책을 옛날 옛적에 즐겨 보았지만, 지금은 웹툰을 종종 본다. 옛날 옛적에는 만화방에서 책 종이 냄새에 파묻혀 밤을 꼴딱 시간 죽이기 연애도 했었는데 하하... 한동안은 열정적으로 매일 보던 시기도 있었는데, 좋은 작품들도 만나고, 챙겨보는 작가도 생기고, 내가 보았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화되기라도 하면 눈여겨 보기도 하고. 그중에서 오늘 불현듯 생각난 웹툰 시니가 글을 쓰고, 혀노가 그린 '죽음에 관하여'에 대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죽음이란 소재가 다소 무거울 수 있겠으나, 삶에 대해서는 항상 이야기하듯이 죽음에 대해서도,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봄 직하지않을까. 죽음이란 것이 아주 멀리 있는, 막연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2012년 후반부터 20

다음 웹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백두부 글그림 [내부링크]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본 웹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피부가 너무 하얘서, 백두부같아서 백두부인 백두부의 웹툰과 블로그에 오랜만에 놀러를 갔더니, 웹툰은 시즌6가 2019년 3월 5일자로 후기가 올라와 있고, 블로그는 1년쯤 뒤인 2020년 3월을 마지막으로 발자국도 없이 휑했다. 백두부작가를 기다리는 해바라기꽃이 되어버린 구독자들은, 나를 포함하여오매불망 학수고대 중인데 아직도 시즌 7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시즌6가 끝난지 곧 2년이 되어간다. 첫화부터 다시 봐도 오손도손 심플한 그림과 글로 채워진 내용은 재미와 감동과 웃음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었다. suju, 출처 Pixabay 일상, 코믹, 생활툰으로 영역이 매겨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내가, 또는 당신이, 또는 우리 모두가 겪음직한 하루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백두부의 그림체는 나태주의 시 풀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를 떠올리게 한다. 예쁘거나 배경이 화려

자기 앞의 생(LA VIE DEVANT SOI)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소설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내부링크]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야피, 라우드 알 라야힌 '모모(모하메드)'는 프랑스 외곽인 벨빌 지역의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7층에서 산다. 그곳은 한때 잘나가던 창녀였던 '폴란드 유대인인 로자 아줌마'가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다. 그런 곳은 '은밀한 집'으로 불렸다. 모모 역시 창녀의 자식인 셈이다. 로자 아줌마는 이제 뚱뚱하고 머리털이 얼마 남지 않은 온갖 병들을 가진 못생긴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전쟁 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돌아온 전력이 있다. 그녀에게는 아파트 지하에 자신만의 피난처를 몰래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보호자가 양육비 조로 보내주는 돈을 받으며 로자 아줌마는 아이들을 키운다. 개중에는 '바나니아', '모세'처럼 제대로 돈을 보내주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로자 아줌마는 그 애들을 내치지 않는다. 그 애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빈민구제소뿐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방 최인호 단편 소설 [내부링크]

<타인의 방>은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의 6번째 ' 억압과 욕망'이라는 테마를 단 단편 소설집에 첫 번째로 실려있는 '최인호'의 작품입니다. 총 10명의 작품들이 담겨있습니다. 보다시피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입니다. 최인호 작가 또한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유명 작가시죠. 오래전이라 내용이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별들의 고향'이란 작품이 선풍적인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영화로 제작되어 마찬가지로 흥행에 성공했더랬죠. 그는 대중 소설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별들의 고향뿐만 아니라 '깊고 푸른 밤', '고래 사냥', '겨울 나그네' 등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고 해요. 당시 영화를 이끌던 중추적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장호' 감독과 '배창호' 감독이 주로 메가폰을 잡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습니다. 대부분 영화로 보았던 '기억'만 어렴풋이 나요. 그것도 당시가 아니라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요. 7,80년대를 대표하는

마음 나쓰메 소세키 소설 [내부링크]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가마쿠라로 여행을 갔다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 후 도쿄로 돌아와서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말수가 별로 없는 선생님은 대학을 나왔지만 특별한 직업도 없이 아내와 하녀와 살고 있다. 매달 친구의 묘소가 있는 조시가야를 방문하는 선생님에게 내막을 물어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K'라고 불리는 그 친구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사모님을 통해 알게 됐을 뿐이다. 선생님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장티푸스로 부모님의 여읜다. 그는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고향 집과 재산에 관한 것들을 숙부에게 맡기는데, 숙부가 자신이 상속받아야 할 재산을 빼돌린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일을 겪으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더 이상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세상을 싫어하게 되었다. 나는 대학 졸업 논문을 끝내고 고향을 방문했다. 아버지의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다. 나의 졸업을 축하하는 동네잔치를 열려고 준비했으나 메이지 천황의 병이 신문에 보도되고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제인 오스틴 영국 소설 [내부링크]

상당한 재운을 지닌 독신남이 아내 될 사람을 찾기 마련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사실로 통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워낙 확고해서, 사람들은 그런 남자가 동네로 갓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의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를 자기네 딸과 마땅히 맺어져야 할 재산으로 여긴다. p 9 도입부 <오만과 편견>은 워낙에 유명한 소설입니다.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제작된 로맨스 소설이지요. 알고만 있고 어느 것 하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유가 제목에 대한 저의 편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끌리면서도 굉장히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았거든요. 그야말로 '편견'이었습니다. 내용조차도 전혀 들은 바 읽은 바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로맨스라니. 아마 고전이 아니었다면, 순전히 로맨스만 있었다면 딱히 읽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당시의 결혼에 대한 관습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로맨스를 중심으로 그려진 소설입니다. 소설의 처음 제목은 '첫인상'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첫인상이란 제목도 잘 어

정신분석학과 추리소설의 만남 <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장편 소설 [내부링크]

실상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많은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 영화에 기본 바탕을 제공해왔다. ------ 또한 많은 범죄 심리학자들이 프로이트의 이론에 근거해 살인의 동기와 방식을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니 프로이트 자신이 실제로 살인 사건에 개입했다는 상상은 개연성이 있으며, 독자의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 심리의 대가가 실제 범죄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매혹적인 설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분석, 20세기 초의 뉴욕의 풍속사와 어우러져 한 편의 흥미진진한 지적 미스터리를 탄생시켰다. 옮긴이의 말 - 지하로 숨어든 욕망이 일으켜세운 마천루의 세계 중에서 도입부 줄거리를 아주 간략히 소개하자면, 1909년 8월 30일 오전. '조지 밴웰'의 고급 아파트 '발모럴'의 한 하우스에서 미모의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리버포드'.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하녀 '베티'. 관리인은 건물 주인 조지 밴웰에게 전화를 하고 조지 밴웰은 그곳을 봉쇄한 후 오랜 친구인 시장 '맥

모순 양귀자 장편 소설 [내부링크]

우리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모순 투성이였다. 이론상의 진실과 마음속 진실은 언제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모순>은 무엇을 따라도 모순의 벽과 맞닥뜨려지는 인간과 삶에 관한 진술이었다. 세상의 일들이란 모순으로 짜여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조금 더 삶의 본질 가까이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모순 - 생의 비밀을 찾아서 / 작가노트 중에서 어느 날 아침 문득 깨어서는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한다'고 맹세한 안진진. 그녀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십분 먼저 태어난 언니를 엄마로 두었고, 술꾼에다가 건달이며 성격파탄자인 아버지를 두었고, 최민수나 말론 브란도 같은 조직의 보스가 되고자 하는 동생 진모를 두었다. 그녀는 늘 사느라 활기가 넘치는 엄마보다 고상하고 우아한,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이모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를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가 있다. 십분 차이로 극과 극의 삶을 사는 이모와 엄마. 엄마는 결혼한 지 두

종의 기원 정유정 장편 소설 [내부링크]

이제 내가 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대답할 차례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신 유진이 미미하나마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유진은 열 살 무렵 탄도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형과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와 해진(양아들)과 군도 신도시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다. 해진은 유진보다 한 살 많았지만 같은 중학교 같은 반이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해진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입양했다. 유진보다 한 살 많았던 죽은 형과 너무나 닮았던 해진. 그렇게 가족이 된 지 10년째다. 정신과 의사인 이모는 정체 모를 약을 유진에게 먹게 했고, 어머니는 유진을 통제했다. 약 먹는 것을 지켜봤고, 밤 9시까지 귀가

뫼비우스의 띠 조세희 단편 연작 소설 1 [내부링크]

면에는 안과 겉이 있다. 예를 들자. 종이는 앞뒤 양면을 갖고 지구는 내부와 외부를 갖는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 끝을 맞붙이면 역시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번 꼬아 양 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즉 한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이것이 제군이 교과서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수학 교사가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두 명의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아이는 얼굴이 깨끗하고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다. 두 아이 중 어느 아이가 얼굴을 씻겠는가의 질문을 한다. 학생들은 얼굴이 까만 아이가 씻을 거라고 대답한다. 선생은 말한다. 얼굴이 깨끗한 아이는 다른 아이의 더러운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도 더러울 것이라 생각하고, 얼굴이 더러운 아이는 다른 아이의 깨끗한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도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러면서 선생은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 학생들은 선생이 이미

중국인 거리 오정희 단편 소설 [내부링크]

나는 따스한 피 속에서 돋아 오르는 순을 참을 수 없는 근지러움으로 감지했다. 인생이란......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뒤를 이을 어떤 적절한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분명치 않은 색채로 뒤범벅된 혼란에 가득 찬 어제와 오늘과 수없이 다가올 내일들을 뭉뚱그릴 한마디의 말을 찾을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reubenrohard, 출처 Unsplash 아홉 살 때 피난생활을 했던 시골에서 아버지의 새로운 일자리를 따라 해안촌 혹은 중국인 거리로 불리는 동네로 우리 가족은 이사했다. 집들은 쌍둥이처럼 하나같이 비슷하게 생긴 이층 목조 건물이었다. 우리 집 맞은편에는 치옥이네가 살고 있다. 치옥이네 이층에는 양갈보인 매기 언니가 검둥이와, 백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제니와 세 들어 살고 있다. 엄마는 일곱 번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나는 치옥이와 매기 언니방에서 비밀스럽게 놀기도 하고, 언덕의 이층집 덧문으로 마주친 젊은 남자에게서 알지 못할 슬픔을 밀려오

원미동 시인 양귀자 단편 소설 [내부링크]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 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 나무는 박해받고 싶어 하는 순교자 같다...... 본문 중에서 작중 화자인 '나'(경옥)는 일곱 살(실제로는 여덟 혹은 아홉 살) 여자아이다. '나'에게는 친구처럼 지내는 스물일곱 살 두 청년, 형제 슈퍼 주인인 김 반장과 원미동 시인으로 불리는 조금은 정신이 돈 것 같은 몽달 씨가 있다. 김 반장은 동네 반장에다가 이웃들과도 잘 지내는 수완 좋은 장사꾼이다. 셋째 언니인 선옥을 좋아하지만 선옥언니는 서울에 있는 이모 양품점으로 일을 하러 떠났다. 몽달 씨는 잘 다니던 대학에서 잘리고 강제로 군대에 다녀온 사람으로 주야장천 시를 외우며, 시를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닌다. 우리는 형제 슈퍼 근처에서 주로 같이 있었다. 몽달 씨는 항상 시에 대한 이야기만을 했다. 김 반장은 몽달 씨에게 대단한 시인인 척 추켜세워주며 이것저것 일들을 시켜 먹는데 몽달

유년의 뜰 오정희 단편소설 [내부링크]

한쪽 벽에 버티어 선 거울은, 줄줄이 피를 흘리고 있는 버짐투성이의 메마른 계집애를, 슬픔과 증오와 수치심으로 비참하게 일그러진 열여섯 살 사내아이의 초라한 모습을 비추며 오연히 번쩍였다. 오빠는 참담한 얼굴로 거울을 노려보다가 발길로 걷어찼다. 삽시간에 방은 발 디딜 자리도 없이 잘디잔 거울 조각으로, 번득이며 튀어 오르는 빛으로 가득 찼다. 저녁마다 화장을 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천 조각 만 조각으로 깨어졌다. 오빠는 그 천 조각 만 조각의 얼굴에 결별을 고하듯 슬프고 초라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본문 중에서 유년의 뜰 저자 오정희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1998.04.24. 6.25전쟁으로 피난을 떠나온 마을. 외눈박이 목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나'의 가족. 아버지는 강제 징병을 떠났고, 기생 출신이었던 할머니와 어머니, 오빠들, 언니, 동생과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서 해 질 무렵이면 곱게 화장을 하고 저잣거리의 밥집으로 일을 하러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장편 소설 [내부링크]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p 140 중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1969년 10월 30일 바클리코브마을의 낡은 소방망루가 있는 늪에서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952년부터 1970년까지 '카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내용. 세상에서 가장 최하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고 있는 습지. 그 습지의 판잣집에 사는 카야. 처음에는 엄마가 그다음은 오빠와 언니들, 바로 위의 오빠인 조디까지 폭력적이고 술독에 빠져사는 아빠라는 사람 때문에 집을 떠난다. 카야를 버려두고. 집보다 밖에 있던 날이 많던 아빠조차도 떠나버린 후, 철저히 혼자가 된 카야. 카야에게는 습지의 모든 생명들이 가족이었고 친구였다. 그런 카야를 마을

<크눌프> 헤르만 헤세 단편소설 [내부링크]

때문에 나는 어느 곳이건 밤하늘에 수놓아지는 불꽃놀이보다 아름다운 것을 알지 못하네. 푸른색, 초록색 빛의 알맹이들이 어둠 속으로 솟아오르는 거야. 그리고 아름다움이 극치에 달한 순간, 작은 호선을 그리면서 사라지는 거지.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기쁨과 동시에 저것이 곧 사라져버리겠구나, 하는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일세. 이 두 가지 감정이 연계되어 있기에 영속하는 존재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끼는 게 아닐까? 어떤가? 크눌프에 대한 회상 중에서 이른 봄 방랑자인 크눌프가 이른 봄 병원 신세를 졌다가 퇴원 후 레히슈테텐에 사는 친구, 피혁공인 에밀 로트푸스 집에 방문한다. 로트푸스와 그의 아내는 그를 흔쾌히 반겨주며 따뜻하게 대해준다. 크눌프는 그곳에서 며칠 몸을 의탁하면서 마을을 구경하고 지인들도 만난다. 로트푸스의 아내는 크눌프에게 과한 친절을 베풀며 호의적으로 대한다. 크눌프는 그녀의 호의가 부담스러워서 빨리 그곳을 떠나려 한다. 떠나기 전날, 맞은편 집에 사는 하녀

킬리만자로의 눈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내부링크]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본문 중에서 아프리카로 사냥 여행을 떠나온 해리와 그의 아내. 해리는 사진을 찍던 중 가시에 긁혀 무릎에 상처가 생긴다. 조그만 상처였지만, 소독을 하지 않아 그의 다리는 허벅지까지 살이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 해리는 서서히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의 죽음 앞에서의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과거에 대한 회한과 미련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죽음을 목전에 둔 그는 지난날 전쟁에 참전했다가 목도한 동료의 죽음들을 기억하고, 첫사랑에 대한 절절함을 기억하고, 한때 애정 하며 살았던 프랑스 파리의 광장을 추억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아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썩어가고 있는 다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애린 왕자(어린왕자 경상도 사투리 각색 최현애) 생텍쥐페리 지음 [내부링크]

<애린 왕자>는 골목 띠 댕기믄서 흙 같이 파묵던 시절 그리버가 같이 놀던 얼라들 기억할라꼬 내가 다시 써봤다. 두둥실 정겨븐 이 말, 이 사투리 이기 바로 내 친구들 그 자체다. 세월에 자꾸 열버지는 내 동심은 쪼매 달랐던 기지 이기 서울말 아니라고 틀린 거는 아니자나. 최현애 '어린 왕자'는 아는데 '애린 왕자'는 뭐지 싶었다. 저자는 같은 사람인데 제목이 뭐지 싶었다. 그렇게 손에 든 책. 알고 보니 요즘 많이들 읽는 핫한 책이란다. 책을 열어보니 대번에 알겠더라 하하. 나는 갱상도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한들 모든 것을 다 알아듣고? 이해하지는 못했다.경상도라 해도 지역은 다양하고 사람도 다양하니 저마다 사용하는 방식이나 단어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를 이미 읽었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나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많이 낯설 수도 있겠다 싶다. 해석본이 필요할 만큼 외국어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억양이나 글의 어미들은 어느 정도 익숙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 그림 [내부링크]

바람이 창을 스산하게 훑고 지나가는 밤. 윙윙대는 바람 소리를 초췌해진 마음으로 뻥뻥 뚫린 가슴속에 메워 넣는다. 그저 그림이 고와서, 그림이 내 스탈이라서 빌려온 책.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몇 번이나 읽었던, 조만간 서평을 쓸, 최애 책인 어린 왕자를 꼭 닮아 있는 책. 요즘에는 스릴러나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책에 빠져 열심히 읽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밥같이 매일 먹고픈 책은 동화 같은 책이다. 동화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동물들과,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사랑한다. 그렇게 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종종 때묻은 세월과 경험이 오히려 싫어질 때가 있다. 짧은 글귀와 그림 소년이 집을 찾아가는 중에 만난 두더지와 여우와 말과의 마음 나누기, 그렇게 우정이란 글자를 새긴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년과 동물들. 이 만나서 길들이면서 친구가 되고 우정을 쌓고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는 이야기. 저는 이 책을 쓰며

에밀리를 위한 장미 윌리엄 포크너 단편 소설 [내부링크]

먼저 이 짧은 소설은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 윌리엄 포크너가 살았던 시기도 19세기 말과 20세기 중반이다. 미국이란 나라의 그 시대를 알고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 그 시대는 미국이 독립선언을 한지 약 백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해방이 일어난 지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은 아닌 그 어디쯤이다. 다만, 제도와 달리 머리는 속도가 느려서 노예해방이 있었다하더라도, 사람의 이념을 바꾸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이 소설의 배경은 당시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의 남부다. 여전히 흑인 노예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미국 남부의 대부호 그리어슨가의 후손인 에밀리는 대쪽같았던 아버지의 죽음이후 홀로 큰 저택에서 한 명의 흑인 하인만 두고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녀는 마을에서는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던 가문의 여식이었지만, 세상이 점점 달라지고 있던 시점임에도 자신의 그리어슨가라는 자존심을 잃지 않는 여인이다. 마을 사람들은 에밀리에 대한 온갖 것의 추

한계령 양귀자 단편소설 [내부링크]

누구라 해도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었다. 고향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있을 뿐이니까. 누구는 동구 밖의 느티나무로, 갯마을의 짠 냄새로, 동네를 끼고 흐르는 긴 강으로 고향을 확인하며 산다고 했다. 내게 남은 마지막 표지판은 은자인 셈이었다. 보이는 것들은, 큰 오빠까지도 다 변하였지만 상상 속의 은자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은자만 떠올리면 옛 기억들이, 내게 남은 고향의 모든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곤 하였다. 허물어지지 않은 큰 오빠의 모습도 그 속에 온전히 남아 있었다. 내가 새부천클럽에 가서 은자를 만나버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어떤 표지판에 기대어 고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본문 중에서 HeungSoon, 출처 Pixabay 줄거리 어느 날 작가인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탁한 목소리의 그 여성은 25년 전 고향 전주에서 한동네에 살았던 은자였다. 국민학교 2학년 한 해 동안 친구로 지냈던 철길 옆 찐빵집 딸이었던 은자. 어린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