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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그런 것 하나씩 품고 있지 않아? [내부링크]

오직 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오직 나만이 질문할 수 있고, 나만이 대답할 수 있는 것. 어딘가에 터놓아 말할 때도 있지만, 결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것. 누군가가 이해해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나 외에는 끝내 어디서도 이해받을 수 없는 것.

때로는 전부 무너뜨리는 게 나을 수 있어 [내부링크]

부실한 건물에 계속 살 수는 없는 걸. 가능한 모조리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야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써 붙잡고 있어야 할까. 무너지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이 들고. 그럴 수 있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모조리 무너뜨리고 다시 일어나 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어디서부터 부실하고 줄줄 새는지도 모르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쌓는 게 확실하고 힘찰지도.

나는 실패하면 일단 집으로 가 [내부링크]

실패하는 날 그저 집으로 돌아가서 시원한 물로 몸을 씻어내고 사랑하는 가족과 TV 예능 프로를 보며 깔깔대다가 책을 읽고 일기를 끄적이다가 아주 푹 잠들어.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 시작하는 거야.

언제부터 사랑에 이유가 있었나 [내부링크]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를 떠올려보면 음, 없어. 이유가. 사랑엔 이유가 없다.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나? 사랑은 그저 받아들이는 거야. 마음에서 마음으로 스며드는 일. 그래서 이별이 힘들고 슬픈 거야.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야 하니까.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실패해 [내부링크]

실패에 감사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계속해서 도전하는 일이 즐거운 일을 하자. 아무리 해도 불만족스러운 일을 하자. 그래, 그런 일을 하자. 거듭 무너질수록 영혼이 찬란히 빛나는 일을.

다 알면서도 물어보는 일 [내부링크]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세계 어느 곳의 날씨를 방구석에서도 다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묻는다. 일부러 말을 건다. "거기 날씨는 어때? 여기는 비가 와."

까만 우주가 지구를 비추고 [내부링크]

아주 맑은 날에는 특히 까만 우주는 지구를 비추는 거울이 돼. 그러니 지구에 사는 우리가 우주에 가지 않고도 푸른 별의 색을 마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자주 하늘을 우러러 올려다보는 거야.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숙연해져 [내부링크]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숙연해져.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지 아니? 무엇이 우리가 인간다울 수 있게 하는지 아니?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 바로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야.

갔다 올게. [내부링크]

갔다 올게. 다녀올게. 이따 보자. 서로에게 매일 건네지만, 반드시 지켜야만 할 약속. 가끔 잊는다. 그 말의 거대한 무게를.

사랑 자체에는 힘이 없다 [내부링크]

사랑은 힘이 없다. 사랑은 사람에게 하여금 넘치다 못해 흘러나가 차마 제 기쁨을 견디지 못하고서 스스로 민망히 드러내게 한다. 상대의 못나고 부끄러운 부분과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동네와 알지 못하는 세계를 기꺼이 그러안게 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래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을 선입견을 스스로의 손으로 뭉개버리고 사랑을 대신하여 수호하는 사람이 된다.

아빠 말이 맞았어, 우주는 [내부링크]

어릴 때 키운 햄스터 병아리 반세기를 함께 하다 간 강아지 고양이 돌아가신 할아버지 모두의 곁에 머물다 간 모든 생들이 그렇게 아빠는 무릎팍에 나를 앉혀두고선 이 별, 저 별이 되었노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 말이 정말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이더라. 우주는 그럴 수 있겠더라.

2022년 3월 9일 [내부링크]

날씨가 너무 포근하다. 집 옥상 간이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이제 덜덜 떨리지 않는다. 한참을 하늘을 보고, 한참을 책을 읽고, 한참을 사색하다 내려왔다. 봄 공기, 봄 냄새, 아직은 싸늘한 봄바람이 괜한 의욕을 돋군다. 모처럼 기분이 가볍다. *무자비함 한 친구는 내게 '자신만의 배려'를 한다. 어떤 배려냐 하면… 마스크를 쓰고 말하기, 수시로 전화 걸기, 호기심으로 보청기를 톡톡 건드려보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귓속말로 속닥거리기,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큰소리를 내기. 청각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이 친구의 모든 행동이 부담스럽다. 입모양이 보이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스크를 쓰고 말한다니. 듣지 못하는 거 뻔히 알면서 전화를 걸어온다니. 분신과도 같은 보청기를 함부로 툭툭 만져본다니. 귓속말과 큰소리... 할많하않이 딱 어울린다. 눈치가 없는 걸까, 배려심이 부족한 걸까, 자기중심적인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친구와 수십 년을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

2022년 3월 15일 [내부링크]

*코로나 검사 최근 코로나 검사만 연달아 세 번을 받았다. 일일 확진자가 30만명을 손쉽게 넘어가면서 연일 주변에 확진자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백신 패스의 폐지로 인해 일상이 조금 더 위험에 노출되면서 말이다.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 조금씩 내 눈앞까지 다가오면서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친동생 건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건희는 그 날로 주변 사람들에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일주일간 방문을 걸어잠그고 격리에 들어갔다. 밖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주말에는 부모님 펜션에서 일손을 도와야 하는 나로서는 코로나에 확진되면 타격이 작을 수는 없었다. 서둘러 아침 일찍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으로 해프닝이 마무리됐다. 동생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을 다시 회복했고. 그저께는 주말에 같이 밥을 먹은 친구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오늘 연락을 해왔다. 자리를 같이 했던 다른 친구가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내비쳤

2022년 3월 24일 [내부링크]

졸라귀여웡 *삶 우리는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배우지만, 결국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진실은 우리와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과 삶은 결국 공평하고 정직하다는 사실이다. 힘들고 고된 만큼 그만한 힘이 생겨나고, 흔들리고 무너진 만큼 일어서고 단단해지는 것. 꿈은 내가 꾸는 만큼의 크기를 갖는 것. 노력하고 준비한 만큼의 보상을 반드시 받는다는 것. 눈과 손과 입으로 지은 죄는 언젠가 합당한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것. 내가 생각보다 미워하고 혐오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생각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것 역시 무지 많다는 것. 삶이 권태롭고 역겨운 순간들이 있더라도 또 어느 날에는 즐겁고 설레는 순간들이 이어지지리라는 것. 눈에 보이는 세상이 이렇게나 선명하고 명확하게 만져지는데 끝끝내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그렇다. 그러니 살면서 무엇을 맞닥뜨리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겠다. 지레 도망치고, 외면하고, 좌절하고, 화

2022년 3월 29일 [내부링크]

요즘 내 사진첩에는 코코랑 초롱이밖에 없다 *평균 싫어 평균. 기준. 표준. 너무 잔인한 단어다. 인간은 외롭고 여리게 태어난 종이어서 어딘가 기대고 의지하지 않고서는 금세 불안해진다. 결국 혼자서는 견디고 살아갈 수 없다. 태어나고 죽는 날까지 인간의 생에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버티고 서서 온 생을 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에게는 무언가 정해진 것이 있어야만 했다. 무언가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안해서 미치겠으니까.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많은 인간의 발명품이 나타났으리라.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언어를 발명했다. 죽음 너머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종교를 발명했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정치와 윤리를 발명했다. 표준. 기준. 평균도 인간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발명품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기 위해서.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2022년 3월 30일 [내부링크]

꽤 한동안 운동을 못했다. 좋아하는 운동이 러닝, 자전거처럼 야외 운동인데 겨울엔 추워서 이불 밖으로 딱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했고, 작년에 로스트아크를 시작했다가 흠뻑 중독되어 버려서 운동하러 갈 시간이 있으면 온종일 게임만 했더니. 운동은 하나도 안 하고, 나날이 확진자가 늘어가니 비대면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횟수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덩달아 살이 어마무시하게 쪄 버렸다. 겨울에는 두꺼운 옷과 패딩으로 몸을 가리고, 춥다는 핑계로 집 밖으로 나갈 일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서 마음이 편했는데. 이제 슬슬 얇은 옷, 가벼운 외투만 걸쳐도 되는 계절이 와 버렸으니 큰일이라면 참 큰일이다. 주변에서도 나를 볼 때마다 놀란다. 왜 이렇게 쪘냐고. 지난 주부터 슬슬 식단관리에 들어갔다. 아침은 포만감이 들 정도로만 가볍게. 점심은 그래도 든든하게. 700kcal~ 900kcal 정도로. 저녁은 무조건 채소가 포함된 식사로. 그래서 아침에는 아몬드 브리즈랑 삶은 계란을 먹고,

2022년 4월 6일 [내부링크]

*봄 꽃 사진 왜 이리 못 찍냐고 핀잔을 많이 들었다. 어떤 사진들이랑 비교당했는데, 아니 그 사진은 보정 잔뜩 때려박은 사진이잖아. 하늘 색깔이 아주 형광 안료 들이부은 듯 새파랗더라.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찍을 수는 없어. 물론 내가 좀 못 찍기는 했는데... 하늘도 그렇게 맑지 않았고, 역광으로 찍은 것 치고는 잘 찍은 거 아닌가. 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꽃은 제 색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알고 피어나는 것 같다. 하늘색과 풀잎색 사이에서 도드라지면서도, 너무 도드라지지는 않게 잘 녹아들 수 있는 그런 화려한 색을 온종일 연구해서 제 몸에 치장을 하는 것 같다. 봄이 그래서 예쁘다. 밸런스게임을 하면 매번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같은 이분법적 질문을 주로 받는데 더위도 잘 타고, 추위도 잘 타는 나는 앞으로 이분법적 오류에 휘말리지 않고 노잼 소리를 들을지언정 소신껏 '봄이 좋다'고 대답하련다. *여행 오랫동안 여행을 안 떠났다. 왜 떠나지 않았냐 묻거든

아무리 [내부링크]

아무리 고단하고 권태롭고 외로운 마음이어도 결코 타인의 불행을 바라고 양분 삼아 내 행복을 채우지는 않으리라고 오히려 더 큰 파이의 행복을 채워가길 그저 매일매일 단정하게 고쳐 다듬고 그렇게 생각하며 응원하고 기도하리

'왜'라는 질문은 [내부링크]

'왜'라는 질문은 분명 중요하지만 손쉽게 잡아먹혀버릴 수도 있더라고. 너무 집착해버리면 다음 단계로 갈 수가 없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할까? 내가 어떤 걸 잘 할 수 있을까? 이걸 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 '왜'는 적절한 동기부여를 주지만 정당성과 방향과 형태가 적당히 잡혔다면 곧장 과감히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구체적인 모양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더라. 머뭇거리고, 재고, 계산하느니 차라리 실패의 어버이가 되는 게 낫겠구나.

사람은 세 종류 [내부링크]

첫 번째 종류의 사람) 직장 다니는 것이 행복한 사람. 회사 가는 것이 즐겁고, 아침이 활기찬 사람. 주말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이 좋아 미치는 사람. 두 번째 종류의 사람) 직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남는 시간에 취미를 즐기는 사람. 돈을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적절히 타협하며 삶을 즐기는 사람.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퇴근해서 푸는 사람. 주말이 가장 행복한 사람. 세 번째 종류의 사람) 직장생활에 적응을 못하며 절대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않고서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사람. 중간이 없는 종류- 끝내 경지에 도달했거나, 이미 굶어 죽었거나.

운다는 건 가진 게 있어서 우는 거래 [내부링크]

울어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기는 절대 울지 않는다고 해. 달리 말하면, 울 수 있는 아기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기에 운다는 거고. 믿는 구석이 있는 거지. 울지 않는 아기에 비하면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는 거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우는 거 봤냐. 눈물도 안 나온다고 하지. 울 수 있는 건 사실 어마어마하게 굉장한 걸지도.

2022년 2월 10일 [내부링크]

오늘도 찍은 사진이 없어서 귀여운 코코로 대신한다. 근데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코코에 대한 이야기라 아주 관련이 없진 않아서 다행이다. 요즘은 가평 펜션에 매주 주말마다 간다. 부모님 펜션이 정말 잘 되고 있다. 무척 다행이다. 우리 아버지는 사업 수완이 좋은 것 같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노하우도 많으시고, 삶을 대하는 철학도 깊으시다.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아들이라 아버지는 정작 모르시겠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언젠가는 표현할 용기가 생기기를 바란다. 아버지 펜션은 처음엔 평범한 펜션이었다. 여름철 성수기에 제일 바쁘고, 나머지 계절은 한가한. 흔히 말하는 '한철 장사'에 우리 펜션도 포함이 됐다. 단점이 참 많았다. 경쟁 업체도 무척 많고, 역시나 진상 손님들도 무척 많다. 별의별 손님을 다 봤다. 실내에서 캐치볼을 하다가 에어컨이나 창문을 다 깨트려먹은 손님. 토를 하고 치우지 않은 손님, 똥을 싸고 변기

2022년 2월 14일 [내부링크]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다. 보청기에서 배터리가 거의 다 되었으니 교체하라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삐비- 삐비- 아직 퇴근하려면 네 시간은 더 기다려야하는데. 큰일이다, 싶으면서도 뭐 큰 일이 생기겠어? 하는 마음이 나란히 공존했다. 왜냐하면... 나는 청각장애인이니까. 비논리적인 이 이유가 내게는 매우 합리적인 이유였다. 나는 소리 없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니까. 지금까지 소리 없이 입모양과 바디랭귀지만 가지고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잘 했으니까. 딱히 나는 소리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편의점 손님들도 내가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것을 아는 단골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나를 위해 담배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하기 때문에, 소리를 아예 듣지 못해도 큰 탈이 없을 거라고 어렴풋이 낙관했다. 마침내, 보청기가 단말마를 토하듯 마지막 삐비- 힘없는 경고음을 뱉더니 꺼졌다. 미치도록 고요한 세계.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아무 것도 들리

2022년 2월 15일 [내부링크]

요즘 모바일로 유튜브를 들어가면 가장 먼저 '쇼츠shorts' 화면을 띄워준다. 쇼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짧은 영상, 1분 이내의 짧은 영상들을 말한다. 아무래도 짧은 영상을 주력 콘텐츠로 삼고 있는 틱톡을 견제하는 느낌으로 만든 것 같다. 처음에는 왜 이런 쇼츠 영상을 보나 싶었는데, 나중 가니 아무 생각 없이 슥슥 넘기면서 보고 있더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어떻게 되먹었는지 너무나 불가해한 구조다. 전세계의 쇼츠 영상을 내 앞에다 죄 가져다 늘어놓고는 "이건 어때?" "저건 네 취향이야?" "이것도 한 번 봐봐." 하며 보여주는 것 같다. 전세계의 온갖 쇼츠들을 슥슥 넘겨 보면서 수많은 인간군상들을 마주한다. 세상에 정말 별의별 제각각의 사람들이 있구나. 쇼츠들을 넘겨보다 보면 내가 아직도 얼마나 편견이 많은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나의 환경과 가치관에선 접해본 적 없는 쇼츠와 등장 인물들을 볼 때면 약간 부담스럽다

2022년 2월 17일 [내부링크]

옛날 사진을 둘러보다가 작년에 전주로 강연을 갔던 사진들을 봤다. 혼자 가는 건 좀 외로워서 의재를 살살 꼬드겨서 같이 갔는데 돌이켜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 사진을 잘 찍는 의재 덕분에 강연이 끝나고 전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멋진 사진들을 많이 건졌다. 전주는 승진이의 고향이다. 대학생 때 흠뻑 빠져 플레이하던 RPG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을 하다가 같은 문파(길드)에서 친해진 친구다. 알고 보니 동갑내기여서 유독 더 반가웠던 친구. 오프라인 정모를 하면서 안면을 트고 개인적으로 따로 보는 일도 잦아지면서 게임을 접은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시콜콜한 안부를 물으며 잘 지내고 있다. 한동안 승진이가 자주 사용하던 말버릇이 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근데 맨날 말끝마다 '그럴 수 있다'고 마무리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었다. 모든 말에 "그럴 수 있어."로 과하게 남용하는 바람에 어떨 땐 질려버릴 만큼 승진이는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무척 즐겼다

2022년 2월 18일 [내부링크]

*선입견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두려움을 느낀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알고자 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경험을 활용한다. 그걸 '선입견'이라 부른다. 우리의 선입견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을 때, 선입견이 영향을 끼쳐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초래시킬 때, '선입견에 의한 오류'라 부른다. 특히 우리의 선입견은 사람의 외적인 측면에 무척 강력하게 작동하는 듯하다. '잘생기고' '못생긴' 것으로 지위나 재력이 판가름날 수도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살집이 있고 온 몸에 용이나 잉어 문신이 있어야 조폭 역할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수백 년 전부터 사람 얼굴의 이목구비를 따져 분석하는 관상학이 존재해왔으니 사람의 외형만 보고 전부를 판단하고 점수매김하는 역사는 어쩌면 거의 인류 역사와 결을 같이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 선입견도 그만큼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아주 견고해졌겠지. *첫인상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몇 번을

2022년 3월 3일 [내부링크]

*아름다움 금과 다이아몬드가 비싸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까닭은 영원히 혹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성질이 견고히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면서 반짝이고 예쁘니 더더욱 가치가 상승했겠다. 인간은 자신이 일생에 끝내 가지지 못할 영원에 대하여 동경을 품는다. 금과 다이아몬드는 그렇게 영원성의 미학을 품고 날이 갈 수록 빛을 더하게 됐다. 그렇다고 영원히 견고한 것들만 아름답다 여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것이 우스운 아이러니다. 영원하지 않아서 도리어 아름답게 느끼는 것들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도리어 빛나는 것들이 있다. 길고 지루한 사람의 일생. 찰나의 순간에 나타나며 금세 휘발되고 마는 무형의 눈빛과 언어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건네지는 먼지 같은 감정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는 아름답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든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한 가지씩은 달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러니까 내가

2022년 3월 6일 [내부링크]

너무 예뻐. 너무 귀여워. 자다 일어나서 찌그러져도 귀여워. *청각장애 유튜브에서 게임 관련 영상을 보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로스트아크의 최종 레이드 5, 6관문은 최종 레이드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그 난이도가 악명이 자자하다. 굳이 자세하게 어떤 기믹과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 관문을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디스코드'를 하지 않고서는 클리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한 부분이다. '디스코드'는 약간 뭐랄까, 온라인 보이스 채팅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로스트아크는 게임 내에서 자체적으로 인보이스 기능이 아직 없어서 대다수의 로스트아크 유저들은 외부적으로 디스코드를 활용한다. 어쨌든, 디스코드로 8명이 서로 소통을 해야만 간신히 운용이 가능한 최종 관문에서 청각장애인 유저들은 소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은 소외되어 있다. 한 청각장애인 유저가 최종 레이드 5, 6관문의 문을 계속 두드렸으나 디스코드를 못 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

2022년 1월 31일 [내부링크]

오늘 페이스북이 이 사진을 보여줬다. "10년 전 오늘." 2012년 1월 31일. 칼을 에는 겨울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 셔틀버스를 타고 와서는 여전히 비몽사몽하지만, 곧 스키를 탈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고등학교 동창들의 얼굴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 놀라고, 많이도 앳된 친구들의 얼굴에 놀라고, 다시 한 번 10년이라는 세월의 아득함에 놀랐다. 윤환이와 수정이와 녕이는 한국에 없다. 일본에서, 미국에서, 호주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 소인이는 결혼했고, 주연이는 카드회사에서 일한다. 수험생 때의 통통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10년의 세월동안 친구들은 살이 훌쩍 빠지고 (사진)보다 보기 좋은 모습이 됐다. 시간에 조금씩 무뎌지는 것이 서글프다. 하루가, 한 달이, 한 해가 빠르게 저무고 새로운 하루가, 한 달이, 한 해가 빠르게 잦아드는 것이 가슴이 아리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모두 똑같지만 결코 다른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동세대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2022년 2월 1일 [내부링크]

아침에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북아현동은 예쁘다. 최근 들어 빌라촌이 허물어지고 아파트 단지로 모두 재개발되는 추세다. 구수한 골목과 세련된 거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훗날이 되면 딱 이맘때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나이가 서른 하나쯤 되고 나면, 슬슬 인간관계가 첨예하게 정리된다. 지난 해에는 이 만큼했던 것이 올해에는 갑절로 줄어들고, 내년에는 또 그 갑절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일하느라 바쁘고, 먹고 사느라 바쁘고, 신경 써야 할 일도 산더미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이름들이 있다. 오늘 문득 대학생 시절을 되짚어보다가 낯이 익은 한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같이 학식도 먹고, 잡담도 하고, 밤새 작업도 하며, 몇날 며칠을 카톡도 나눠보기도 했던 친한 친구였다. 얼굴, 머릿결, 안경테, 체형, 피부색, 말투, 버릇, 패션 스타일이 전부 기억나는데 딱 하나, 이름만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생각나지 않는 것을 굉장히 답답해하는

2022년 2월 3일 [내부링크]

고양이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 아무 근심 걱정도 없고, 날씨도 좋고 기분도 무던히 즐거우면 오히려 무언가 쓸 게 없어진다. 오늘은 부담없이 그저 고양이랑 놀련다.

2022년 2월 5일 [내부링크]

어제 오늘 무주를 다녀왔다. 눈보라가 치는 스키장은 평생 처음이었던 듯. 산 정상은 눈보라가 치고 안개로 가득해서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입김, 눈보라, 땀, 습기로 마스크 필터가 축축하게 젖어버려 숨쉬기도 힘들었다. 나중엔 살짝 요령껏 코 쪽의 마스크 철사 부분을 조금 펴주니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와 그나마 편했다. (코로나 시대 스키장 작은 꿀팁) 음음, 춥고, 숨막히고, 피곤하고, 즐거웠다. 이건 먹부림. 차 몰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을 잠깐 들렀는데, 노잼도시라는 말이 왜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듯. 성심당 주변에만 사람이 잔뜩이다.

2022년 2월 7일 [내부링크]

오늘 나를 매우 행복하게 만든 짤. '외부음식 반입가능 (대신 나 쪼금 줘야함)' 자기가 힘써 일궈낸 귀한 공간일 텐데. 외부 음식을 들고 와도 된다는 포근한 여유와 대신 나 '쪼'금 줘야 한다는 유쾌함이 날 웃게 만들었다. 이 카페의 사장님과 친해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했다. 얼마나 철없고 실없는 말로 깔깔대며 시간을 날려먹을까, 웃었다. 모든 전후사정을 떠나 버젓한 가게의 메뉴판을 저렇게 디자인할 정도면 말이다. 문득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내 철없이 즐거운 삶. 인생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삶. 절망과 고통을 여유와 유희로 승화시키는 삶. 있는 힘껏 눈치 보지 않고 온 생을 살아내는 삶. 저만큼의 너그러운 여유와 유희와 긍정이라면 무너지고 싶은 순간도 잘 버텨가겠다고. 설령 무너지더라도 금세 일어날 수 있겠다고. 주변 사람들도 참 즐겁고 힘나겠다. 가보지도 못한 카페의 메뉴판 단 한 줄로 나는 사장님께 따뜻한 연정과 열렬한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2022년 2월 8일 [내부링크]

블로그를 꾸준히 하려면 글도 자주, 잘, 열심히 써야 하는 것도 있는데 사진도 자주, 잘, 열심히 찍어야 하는 것도 있다. 글 쓰는 건 어떻게든 해도 아이폰을 켜고 사진을 찍는 일은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자꾸 옛날에 찍은 사진을 재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오늘도 옛날에 찍은 감성 사진으로 대충 때운다. 자전거 타는 걸 무척 즐긴다. 요즘은 허구한 날 툭하면 영하로 떨어지고 입에서는 입김이 새어나와서 타지 못하고 있지만, 날만 좀 풀려봐, 어~ 바로 하루 종일 페달 밟을 거야~!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자전거를 좋아하고 잘 타게 됐을까. 지금의 나는 10km 타는 정도로는 성에 차지도 않아서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100km이상 장거리 코스를 직접 짜고 외워서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뛰쳐나가 온 종일 타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에야 돌아오기도 한다. 평균 속도 30km로 두세 시간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내 모든 장기와 근육이 자전거에 맞춰 적응한 그런 느낌. 친구 광순

2022년 2월 9일 [내부링크]

#대전 중앙로 성심당 인근 InHere 카페. 인테리어가 내 취향이라서 좋았다. 빈 공간이 많고, 웜톤 화이트 벽에, 밝은 우드톤 가구와 메탈 재질의 기계들. 히터가 적당해서 너무 후덥지근하지도 않고 조용했다. 오전 댓바람부터 성심당에서 빵 사고, 문 열자마자 가서 그런 걸 수도. 라떼를 좋아하지 않는데, 시그니처 음료가 라떼길래 한 번 마셔봄. 커피의 쓴 맛과 우유의 단 맛이 섞여 기묘한 고소함을 자아내는 라떼가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쓰면 쓰고, 달면 단 걸 마셔야지, 둘을 왜 굳이 섞는 거지? 근데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굳이 찾아서 안 마시는 거지, 마시라고 주면 잘 마시긴 함. 남자 둘이서 갔는데 라떼 아트를 하트로 그려주셔서 낄낄댔다. * 이 카페를 같이 간 이 친구를 잠깐 생각했다. 이상하리만큼 내 주변에는 '팔불출'들이 많다. 나를 기꺼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얘가 내가 말한 동희야. 얘 서울대 출신이다? 작년엔 자기 책도 냈어. 강연도 하

북디자인_[신 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 2021. [내부링크]

노버트 피셔 교수의 책을 제자 이승자 교수가 한국어판으로 번역. 원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요청을 최대한 반영한 디자인. 꽤나 다양한 공부도 했고, 의미도 있었던 경험.

북디자인_[글소리가 마음에 스며들다], 2021. [내부링크]

청음복지관에서 청각장애인 청년들이 쓴 글을 엮어서 만든 책. 직접 멘토링에 참여한 프로젝트여서 더욱 유의미했던 1년간의 작업. 디지털 소량 인쇄여서 그런지, 싼마이가 좀 나는 것 같은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두상 습작], 2021. [내부링크]

글을 쓰면서 틈틈히 작업했던 두상 습작. 모델은 같은 작업실 동료들. 스트레스 풀기에 딱 좋았던 시간들.

2022년 1월 28일 [내부링크]

참 오랜만에 여기에 글을 쓴다. 매일 쓰겠다고 해놓고 반 년만에 오다니.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느냐고 묻거든, 할 이야기가 태산이라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글이기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으려 한다. 마음을 다시 다잡고, 내게 더 중요하고 우선한 일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각오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글을 썼다. 내가 가진 문제점, 내가 처한 현실, 내가 노력하고 달라져야 하는 점. 여태 마주하고 싶지 않아 도망다니기만 했던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긍정했다. 오랫동안 멈춰있던 일련의 것들, 이를테면 생각과 신체를 부지런히 순환시켰다. 고여 있는 것은 흐르지 않아 문제이기도 하지만, 고여있을 수록 흐르려는 의지마저 굼뜨게 되는 것이 큰 문제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둑을 터트려 생각을 흐르게 했더니 새삼 신선한 동기가

2022년 1월 29일 [내부링크]

오늘 이른 아침 우리 동네는 너무 아름다웠다. 지평선이랄지, 온갖 오돌토돌한 건물 능선 뒤쪽에서 황금빛이 반사체를 지나 내 망막에 들어왔다. 두 시간 정도 더 자고 싶고, 영하 6도의 추위에 두 손을 패딩 주머니에 꽁꽁 숨겨놓고 있다고 해도, 이런 장면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잠시 멈춰서서 한 컷 사진첩에 남기리라. 주말엔 가평에 있는 아빠 펜션으로 일손을 도우러 간다. 아빠가 큼지막한 일당을 주겠다고 꼬셨거든.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매주 하고 싶었다. 페이가 얼만지 굳이 언급하진 않겠지만 하루 4-5시간 일하는 것 치곤 굉장히 두둑하다. 가평역에 도착한 나를 데리러 온 아빠에게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다. "이 정도면 매주 와서 일하고 싶네." "매주 와도 돼. 당연히 좋지." "그럼 아빠도 너무 부담 아닌가?" "부담은 무슨. 다음엔 건희도 데리고 와. 일당 두둑하게 줄 테니까, 와서 얼굴좀 보자고 해." 아, 내가 정말 염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매주 일당을 이

2022년 1월 30일 [내부링크]

8년이 훌쩍 넘은 내 낡은 나이키 운동화. 2014년에 처음 샀던 날이 떠올랐다. 부모님께서 나이키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고 그대로 학교에 신고 갔다. 군대를 막 전역한 친구 을지와 학식을 먹다가 문득 자랑했다. "야, 신발 새로 샀다." "오올, 나이키." 학식을 다 먹고 걷는데 을지가 말했다. "내가 군대에서 배운 것 중에 제일 잘 써먹는 게 뭔지 아냐?" "뭔데." "신발 끈 묶는 거다." "군대에서 그렇게 하찮은 걸 가르쳐주냐." "모르는 소리하지 마라. 절대 안 풀리는 매듭이야. 내 군화 이 매듭으로 한 번 묶어놓으면 내가 풀 때까지 절대 안 풀린다." 을지는 서울대학교 자하연 연못 한 복판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묶어줬다. "뭐야. 그냥 리본매듭아냐?" "꼭 잘 모르고 멍청한 애들이 말은 존나 쉽게 해." 우리는 낄낄낄 웃었다. 그래, 이거 8년 전 매듭이다. 정말 용하게도 매듭이 풀리지 않았다. 8년간 꾸역꾸역 신어온 신발은 내 족적에 맞춰졌고, 가진 신발중

2021년 6월 22일 오늘 [내부링크]

네이버 블로그에는 '마루부리'라는 서체가 있는데, (지금 이 본문 서체) 이거 진짜 이리봐도 저리봐도 참 물건이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서체가 있지? 명조의 성질을 가지면서 적당히 모나고, 적당히 둥근 것이, 늙다리같지도 않고, 또 너무 어리거나 유치해보이지 않아서 좋다. 차기작 본문 서체를 마루부리로 하고 싶다. 가능하려나? 알아봐야지. 일단 뱉어놓고 찾아보는 건 나중에. 낄낄. 요즘 맑은 날이 아주 자주 지속된다.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길을 걷다 보면 너무 날씨가 좋아서 슬쩍 마스크를 내리게 된다. 맨 코로 있는 힘껏 공기를 맡고 싶어서. 흐읍~ 들이키면 공기의 촉감과 향기가 너무 좋다. 근데 웃긴 건, 그러고 아이폰 앱을 켜보면 미세먼지 '나쁨'이나 '매우 나쁨'으로 찍혀 있다. 공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먼지가 한껏 들어찬 산소였다니. 참나. 인생사 원효대사 해골물이 따로 없다. * 아, 오늘 두 시간만에 칼럼 하나 뚝딱 써서 보냈다; 6월 초에

2021년 6월 23일 오늘 [내부링크]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러 오는 큰 원동력이 이 예쁜 '마루부리' 서체로 글을 쓰고 싶어서- 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아유, 좋다, 너무 좋아. 마치 문구점에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예쁜 펜이나 만년필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까닭은 집에 가서 멋드러지게 한 번 휘갈겨보고 싶은 마음인 것과 같은 이치랄까. 마치 글씨 잘 쓰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서 '나도 저런 금손이면 맨날 글 쓰고 싶을 것 같다'고 댓글을 달고 부러워하는 거랑 같은 이치랄까. 당분간 '마루부리' 서체 예찬론은 조금 더 이어질 것 같다; 오늘에 이르러 간신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어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나는 이따금 굉장히 방탕하고 나태한 하루를 보내곤 한다. 해가 중천에 뜰 때 쯤에 느긋하게 눈을 뜨고,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배달 어플에 들어가 짜고 맛있는 걸 양껏 주문한 뒤에, 넷플릭스 시즌제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우걱우걱 먹는다. 드라마를 보다가 지칠 때면 신나게 게임을 켠다. 하루 종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

2021년 6월 24일 오늘 [내부링크]

작업실에 먼지 쌓인 채 묵혀지던 아이패드를 꺼내어 충전시켰다. 도봉구에 있는 진철이의 카페에서 작업이나 좀 해볼까 하고. 일일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카페에서 일하려면 아이패드가 있어야 한다. 노트북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노트북을 살 여유는 없네. 존나, 겁나, 열라 맥북이 탐난다. 갖고 싶다. 오늘의 나를 위해 내일의 내가 고통받으면 가능은 하겠다만, 정신 차려야지… 충동적으로 굴면 안 돼. 나이가 몇인데, 동희야.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어쨌든 돈이 조금씩 모이고는 있다. 특히 2주 전부터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비용이나 충동적인 구매가 줄어들면서 지난 달에 비하면 소비가 많이 줄어들었다. 긍정적인 현상이야. 몇 개월만 더 그렇게 생활하면 맥북 한 대 장만할 수 있을지도? 야호. 이 카페는 진철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커피를 만드는 조리대 앞에는 손님이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자리가 있다. 아마도 진철이의 친구이자 스승인 박세범

2021년 6월 29일 오늘 [내부링크]

나는 종교가 없다. 어렸을 때 성당을 다니며 '사도 요한'이라는 세례명까지 받고, 외할머니를 따라 절에 가면서 108배도 하고, 학교 앞에서 맛있는 간식으로 꼬시는 어른들을 따라 교회에 가서 한참이나 미사를 드리며 간식을 얻어먹기도 했지만, 끝내 신의 존재함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무교가 됐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낭만을 추구한다. 판타지 소설은 내 최애 장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기꺼이 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상상한다. 인간이 끝내 극복하거나 막아낼 수 없는 거악 앞에서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줄 수 있는 힘을 무척 공경한다. 인간의 삶과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상상한다면 엄청나게 매력적인 소재잖아. 그래서 그냥, 그렇게 신을 믿지는 않지만, 신이 존재하여 인간이 악으로부터 보호받는 세계를 상상하는 이상하고 유치한 상태를 만족스럽게 즐기고 있다. 나이가 좀 더 들고 나서는 신을 믿는 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 주

2021년 7월 4일 오늘 [내부링크]

요즘 건강을 무던히 신경쓰고 있다. 영양제를 공부해서 괜찮은 것으로 샀다. 생전 내 지갑을 열어서 영양제 같은 건 한 번도 사본 적 없었는데. 영양제라는 건 자고로 부모님이 사다두시고서 아침에 나갈 때마다 붙잡으시고는, "이거 한 알만 먹고 가." 라며, 물 한 컵과 같이 주신다던지, 어느 날엔가 몸을 위해 뭘 챙겨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주방의 약통을 뒤적거리면서 하나 먹는 정도가 아닌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과 종합비타민, 그리고 오메가3 을 샀다. 내 인생 처음으로 영양제에 돈을 썼다. 그것도 10만원. 엄청나게 썼다. 잘 챙겨먹겠단 욕심으로, 다이소에 가서 일주일치를 미리 소분할 수 있는 약통 케이스도 같이 샀다. 사실 지난 주부터 매일 꼬박 챙겨먹고 있다. 신체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것 같냐고 묻는다면, 글쎄...? 없는 것 같다; 존나 비웃음당할까봐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진 않은데,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건강한(건강하려고 애쓰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심

2021년 7월 5일 오늘 [내부링크]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 조금은 큰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가 원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 나를 방해하는 것들을 치울 필요를 느낀다. 이를테면, 휴대폰 사용량을 더 줄인다던지, 부지런히 아침에 스트레칭과 러닝을 한다던지,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 알바를 최소화한다던지. 건강한 식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먹는다던지. 작고 사소한 부분들에서 조금씩 '원하는 삶'을 위해 바꾸고 노력해야 하는 것들 말이다. 별 거 아닌데도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시간을 더 밀도있게 쓰기 위해서 반드시 바뀌어야만 하겠다. 누가 이 블로그를 읽을까 좀 부끄럽긴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을 다 적어봐야겠다. 1. 휴대폰 변경 아이폰 12 pro를 중고로 처분한다. 너무 아깝지만... 나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팔아서 단말기 할부금 상환해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자. 아이폰x를 수리하거나, 리퍼 폰을 사용한다. 요금이 9만5천원대에서 3만5천원대로 확 줄어든다. 2. sns를 깔지 않는다.